<♣ 문화의 향기 ♣>/♧ 문화와 예술 ♧

[스크랩] 명절에 얽힌 과학 - 야후 지식검색

화엄행 2009. 10. 20. 20:18

http://kr.ks.yahoo.com/service/wiki_know/know_view.html?tnum=190567

 

 

 .솔잎 넣고 송편을 찌는 뜻은
 


추석 전날에  온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데, 처녀 총각들은 여간 정성이 아니다. 왜 그런고 하니 송편을 예쁘게 만들면 배우자가 예쁘고, 볼품 없이 빚으면 신랑신부 될 사람의 미모도 볼품이 없다는 어른들의 말 때문이다.

이는 “밤에 손톱 깎으면 복 달아난다”는 말처럼 생활의 바른자세를 자연스레 가르치려는 어른들의 지혜일 것이다. 과학적으로 송편의 때깔과 배우자의 미모가 무슨 관련이 있을 것인가. 다만 송편 하나라도 정성으로 빚어내는 심성이라면 절세가인인들 어울리지 않으랴.

또 임신한 부인들은 송편에 솔잎 한가닥을 가로로 넣어 쪘다. 이 송편은 아이의 성별을 알려주는 삼신할머니의 메시지였다. 찐 송편을 한쪽으로 베어 물어, 문 부분이 솔잎의 끝 쪽이면 아들이요, 잎꼭지 쪽이면 딸이라고 했다. 솔잎이 과학적인 성별 진단 시약은 아니었지만, 아들 못 나으면 겪게될 시집살이가 두려웠기 때문이 아니었을른지. 송편에 담아놓은 우리 조상들의 사연이 이렇듯 소박하고 안타까웠다.



세균 죽이는 솔잎 향


송편을 찔 때는 솔잎을 먼저 시루에 깔아 시루 구멍을 덮고 그 위에 송편을 한 줄 놓는다. 다시 솔잎 한줄 송편 한줄 하면서 차곡차곡 놓는다. 아마도 송편의 ‘송’자가 소나무 송(松)인 이유가 솔잎을 넣고 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향긋한 솔잎 향을 배게 해서 맛깔을 더해보려는 지혜 쯤으로 생각돼왔던 솔잎 송편이 기실 더 깊은 과학에 바탕하고 있었다는 것이 최근에야 밝혀졌다.

국민대 김기원 교수(산림자원학과)에 따르면, 식물은 다른 미생물로부터 자기 몸을 방어하기 위해 여러가지 살균물질을 발산하는데, 이를 통칭해 피톤치드(phytoncide)라고 한다. 피톤치드는 공기 중의 세균이나 곰팡이를 죽이고, 해충, 잡초 등이 식물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한다. 또한 인간에 해로운 병원균을 없애기도 하는데, 백일해 병실 바닥에 전나무 잎을 흩어놓으니 공기 중의 세균량이 1/10까지 감소됐다는 보고가 있다. 그리고 결핵균이나 대장균이 섞여있는 물방울 옆에 상수리 나무의 신선한 잎을 놓으니, 몇분 후 이 세균들이 모두 죽어버렸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이 싱싱함을 보존하기 위해 생선회를 무채 위에 담고, 구더기를 없애려고 화장실에 할미꽃 뿌리나 쑥을 걸어두고, 바퀴벌레를 쫓기 위해 은행나무 잎을 집안 구석에 두었던 것들도 알고 보면 모두 피톤치드를 이용한 지혜였다. 그러니 솔잎으로부터 피톤치드를 빨아들인 송편에는 세균이 범접하지 못해 오래도록 부패하지 않고 먹을 수 있었으니, 실로 과학적인 원리를 잘 이용한 것이 솔잎 송편이었던 것이다.

숲 속의 많은 나무들이 저마다 피톤치드를 내는데, 그 중에서 소나무는 보통나무보다 10배 정도나 강하게 발산한다고 한다. 옛 어른들이 “퇴비는 소나무 근처에서 만들지 않는다”고 한 것도 소나무의 항균작용이 너무 강해 퇴비에 유익한 미생물까지 죽여버리기 때문이다. 송편 시루에 다른 잎이 아닌 소나무 잎이 들어간 이유를 알 것이다.


나쁜 귀신은 접근 못해


그렇다면 소나무가 예로부터 잡귀를 쫓는 정화의 상징으로 생각돼왔던 이유도 석연해진다. 제사를 지내는 신당은 물론, 제수를 준비하는 도가집, 공동우물, 마을 어귀 등에는 금줄을 치는데, 금줄에는 백지조각이나 소나무 가지를 꺾어 꿰어둔다. 아이를 낳았다는 표시로 치는 금줄에도, 장을 담글 때 장독에도 솔가지가 꿰어졌고, 무덤가에 빙 둘러 도래솔을 심은 뜻도 모두 잡귀의 칩입과 부정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홍만선의 ‘산림경제’에 “집 주위에 소나무와 대나무를 심으면, 생기가 돌고 속기(俗氣)를 물리칠 수 있다”고 한 것도 같은 의미에서였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솔방울을 쥐고 있던 디오니소스가 괴물 타이탄에게 먹혔다가 다시 소생하는데, 서양에서도 소나무가 잡스러움을 물리치는 정화된 힘과 생식을 상징한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피톤치드는 특히 편백나무, 잣나무, 소나무 등 침엽수에서 많이 발산되는데, 향기가 좋고, 살균성, 살충성이 있을 뿐 아니라, 인체에 독특한 작용을 가지고 있다. 피톤치드에는 C10H16, C16H24, C24H32 등 테르펜으로 통칭되는 다양한 화학성분들이 복합돼 있어 이들이 진통작용, 구충작용, 항생작용, 혈압강하, 살충작용, 진정작용 등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테르펜은 사람의 자율신경을 자극하고, 감정을 안정시키며, 내분비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감각계통의 조정 및 정신집중 등에 좋은 작용을 하는 숲 속의 보약이라고도 불린다. 김기원 교수에 따르면, 테르펜이 동물의 스트레스와 관련된 몸 속의 코르티솔의 농도를 현저하게 낮춰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 실험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그러니 환자들의 요양소가 왜 늘 숲 속이나 숲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는지도 설명이 된다. 중년의 어른들이 부르는 유행가 중에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 병들어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 나홀로 재생의 길 찾으며 외로이 살아가네”하는 ‘산장의 여인’이라는 노래가 있다. 와병 중인 노래의 주인공이 왜 ‘산장’의 여인일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머물렀던 산장 주변에는 분명히 소나무가 많았을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향기나는 나무, 향기나는 사람


테르펜 성분을 많이 내는 소나무는 그 쓰임새가 참으로 많다. 도가나 불가의 선식에는 솔잎이 필수품이었다. 선승들이 좌선수행을 할 때 종종 다른 음식을 전혀 먹지 않고 솔잎가루와 콩가루를 섞은 것을 한줌 털어 넣고 물만 마시는데, 그래도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며, 힘이 생기고, 추위와 배고픔도 모른다고 한다. 신경통이나 풍증을 치료할 때는 한증막에 솔잎을 깔고 솔잎 땀을 흘린다.

특히 솔잎이나 솔뿌리를 삶은 물로 목욕을 하면 젊어진다고 하는데, 혹자는 이것이 솔잎에 함유된 옥***티민이라는 성분 때문이라고 한다. 옛부터 소나무 숲의 샘물은 불로묘약이라 해서 임금님의 수라상까지 올랐던 것도 그 때문이 아닐지 모르겠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도 소나무와 마찬가지로 강한 인품의 향으로 다른 사람을 치료하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의 마음과 삶을 대하면 온갖 나태와 불의가 소독되고 정화되는 그런 사람. 이 가을에는 솔잎 송편처럼 향기로은 사람을 만나보자. 그리고 숲에서는 피톤치드의 신속한 작용을 성마르게 기대하지 않고 늘 숲에 친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자신의 변화도 향기 있는 사람과의 지속적인 교감 속에서 새싹처럼 움트는 것이 아닐까.
 
 
.추석 차례상 - 생활지혜 듬뿍 담긴 영양식탁
 
“오월 농부, 팔월 신선” “일년 삼백육십일이 더도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만 같으라” 오곡과 과일이 풍성해 마음이 넉넉한 계절인 팔월 한가위를 1년 중에서 가장 좋은 날로 생각한 우리 조상들이 한 말이다.

이렇게 좋은 날, 많은 사람들이 지내는 예가 있으니 이는 다름 아닌 차례다. 차례는 조상숭배 의례의 한 종류로 시제, 묘제, 기제와 달리 약식 제사다. 따라서 차례는 다른 제사와 달리 아침에 지내므로 촛불을 켜지 않고, 축문이 없으며, 술은 한 번만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례는 돌아가신 날에 제사를 지내는 조상, 즉 기제사를 지내는 조상께 지낸다. 조상의 제사를 모실 때 배우자를 함께 모시듯이 차례에서도 조상들의 배우자를 같이 모신다. 이를 합설(合設)이라고 한다. 차례 하면 복잡하고 지켜야 할 규칙도 많은 것으로 생각하나 그 유래와 원리를 가만히 살펴보면 조상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음양오행 표현한 차례상


우선 차례 상차림을 보면 5열로 진설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각 열은 과거의 조상들이 먹어왔던 음식을 순서대로 표현했다고 이해하면 된다. 수렵, 채집시대에 먹었던 음식을 의미하는 제일 앞쪽의 과일과 둘째 줄의 나물과 채소,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먹었던 음식들인 전류, 농경시대에 들어서면서 먹었던 주식과 반찬을 의미하는 탕, 적, 메(밥), 갱(국) 등이 순서대로 올려진 것이다.

차례 상차림은 제수를 놓는 위치와 수가 그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주나 인간사회의 모든 현상과 생성소멸을 설명하는 음양오행설을 따르고 있다. 물론 음양오행설이 현대에는 과학적이다 그렇지 않다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과거 조상들이 차례 상차림속에서도 그네들이 생각한 일정한 규칙을 지키려고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예를 들어 차례상은 신위는 북쪽에 놓고, 생선을 놓을 때 머리는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에 놓는다는 일정한 방위 규칙을 갖고 있다. 또 땅에 뿌리를 두고 얻어진 음식은 음(陰)을 상징한다고 해서 종류의 수를 짝수로 맞추려고 했고, 그 이외의 음식은 하늘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해 양(陽)의 수인 홀수로 맞췄다. 이렇듯 일정한 규칙성을 갖고 있는 차례의 예를 한가지씩 살펴 보기로 한다.

1. 신위 : 신위는 북쪽에 놓는다. 은 사람의 세계를 가리키는 북망산천에서 유래하기도 했지만 임금이 계신 상좌라는 의미도 있다.

2. 송편과 토란탕 : 추석에는 메(밥)대신 송편을 올려 놓는다. 이때도 갱(국)은 동쪽(오른쪽)에 메는 서쪽(왼쪽)에 놓는다. 이는 산자의 세계와 죽은자의 세계가 다름을 의미한다.

3. 떡 : 곡식으로 만든 먹거리 중 가장 정결한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제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이다. 차례상에는 송편만을 놓기도 한다.

4. 적 : 술안주로 사용되는 음식. 계적, 육적, 어적을 모두 놓거나 이 중 한가지만을 올려 놓는다. 하늘로부터 얻어진 음식이라 해 적과 전을 합해 양(陽)수인 홀수만큼 올려 놓는다.

5. 포와 생선 :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을 향해 놓는다. 이는 동쪽이 소생과 부흥을 의미한다는 음양오행설을 따른 대표적인 예이다.

6. 탕 : 어탕, 육탕, 계탕을 모두 올리거나 한가지만을 놓는다. 탕도 하늘로부터 얻어진 음식이라고 해 양(陽)수인 홀수만큼 올려 놓는다.

7. 삼색나물 : 귀함을 뜻하는 양(陽)수인 홀수의 나물을 올린다. 양념은 거의 쓰지 않는데 이는 양념이 발달하기 전인 오랜 옛날부터 이렇게 만들었다는 이유와 함께 자연의 맛에 가깝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8. 대추, 밤, 감, 배 : 제일 앞줄에 놓는 과일은 땅으로부터 얻은 것이라 해 음(陰)수인 짝수 종류를 놓는다. 한 제기에 올리는 과일의 양은 귀함을 뜻하는 양(陽)수인 홀수만큼 놓는다.

9. 향 : 주변 환경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해온 향은 오랜 예날부터 신성을 상징했다. 영혼이 향내를 맞고 찾아오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10. 모사 : 모사기에는 깨끗한 모래를 담는데 이는 땅을 뜻한다. 모사그릇에 술을 나누어 붓는 의식도 땅속의 조상을 부른다는 의미가 있다.




향, 악취제거와 해충퇴치


향은 주변을 정화하는 실질적인 효과와 함께 신을 부른다는 의미가 있다.
차례는 하루 전부터 집안팎을 청소하고 목욕 재계하는 마음의 준비로부터 시작한다. 제기를 닦고 제구를 설치한 후 식어도 상관없는 제수를 차린다. 제기를 보면 보통 사용하는 그릇과는 그 모양이 다르다. 이는 예전의 조상들이 상을 쓰기 이전에 사용하던 굽이 있는 그릇을 그대로 써왔기 때문이다. 이것을 두고 어떤 이들은 조상을 높이 받든다는 의미에서 평상시 쓰는 그릇과 구분하기 위해 굽을 높게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음은 제상 위에 윗대의 조상 신위부터 모신다. 제주는 꿇어앉아 향(香)을 세 번 사르고 강신(降神)의 예를 행한다. 강신이라 함은 신을 내리게 한다는 뜻.

향은 나무진이나 나무조각, 그리고 나뭇잎 등으로 만드는데 향나무가 주로 쓰인다. 향은 부정을 깨끗이 하는 정화 기능과 신성을 상징한다. 처음 인도에서 향이 사용될 때는 상징적 의미보다 실질적 의미가 더 강했다. 부패로 인해 악취가 많은 인도의 기후에서 악취를 제거하고 해충들의 근접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향을 사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주위 환경을 정결하게 해 향피우기가 신성성을 지니게 됐다. 따라서 제사를 비롯해 모든 성스러운 종교의식은 향불을 피움으로써 시작한다. 즉 분향은 신이 강림해 좌정할 수 있는 순수한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며, 영혼이 향내를 맡고 찾아오게 하는 행위다.

신화에서 보면 향이 신계(神界)의 상징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신과 인간의 교통 매개물이기도 하다. 용궁에 다녀온 수로부인의 몸에서 향내가 났다는 기록이나 신선계를 그린 그림에서 향연이 자욱한 것이 그 예다.




땅속 조상 모시기


고운 모래를 담은 모사그릇
조상을 부르는 의식으로 술을 모사 그릇에 나누어 붓고 재배하는 것이 있다. 모사기에는 깨끗한 모래가 담겨 있는데 이는 땅을 상징하는 것이다. 즉 땅속에 있는 조상을 부르는 의식으로 해석된다. 향을 사르면서 하늘에 있는 조상을 부르는 것과 대응되는 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강신의 예를 마치면 강림한 신에 대해 참석자들이 일제히 두 번 절을 하고 식어서는 안될 제수를 윗대 조상의 신위부터 올린다. 다음에 제주를 올리고 조상들이 음식을 드실 시간을 드리기 위해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다. 식사 권유가 끝나면 수저를 내려 시접에 담고 참가자 전원이 합동으로 두 번 절을 올린다. 이로써 조상에 대한 예를 마치고 신주를 따로 모시거나 지방을 썼으면 태운다. 차례 음식을 제상에서 내려 정리하고 차례에 참석한 사람들은 음식을 나눠 먹으며 조상의 유덕을 기린다.



대추, 밤, 감, 배


제일 앞줄에 놓는 과일의 진설 방법은 이설이 분분하다. 대추는 동쪽, 밤은 서쪽에 놓는다는 동조서율(東棗西栗),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아 과실의 배치가 울긋불긋함을 피하려 했다는 홍동백서(紅東白西), 대추, 밤, 감, 배 순으로 놓는다고 주장하는 조율시리(棗栗枾梨)가 있다. 대체로 현대에 들어서는 조율시리를 많이 따른다.

제사상의 주된 과일로 대추, 밤, 감, 배가 오르는 것은 이들이 대체로 상서로움, 희망, 위엄, 벼슬을 나타내는 전통적 과일이기 때문이다. 밀양 박씨 문중 제사에서는 이 과일들을 이렇게 풀이한다. 대추는 씨가 하나인 과일인데 열매에 비해 그 씨가 큰 것이 특징으로 왕을 상징한다. 밤은 한 송이에 씨알이 세톨이니 3정승을, 배는 씨가 6개로 6판서를, 감은 씨가 8개이니 8방백(方伯, 관찰사)을 의미한다고 한다. 왕은 항상 지엄하고 존경의 대상으로 절대적 존재였는데 그런 왕을 상징하는 과일을 진설했다는 설명이 믿기 어렵다.

대체로 과일의 제수 그릇 수는 짝수만큼 놓도록 돼 있다. 이는 땅에 뿌리를 둔 지산(地産), 즉 음산(陰産)이기 때문에 음수인 짝수로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 이후로 과일제수 그릇을 홀수로 놓는데 이유는 명확치 않다. 그리고 한 제기에 과일을 올릴 때는 귀함을 뜻하는 양(陽)의 수인 홀수 개를 놓았다. 이 때 과일의 위아래를 깎아 놓았는데 그 이유는 잘 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조상들이 드실 수 있도록 정성으로 다듬어 놓는다는 의미가 있다.



자연의 맛에 가깝게


두번째 줄에는 삼색 나물과 식혜, 김치, 포 등이 올라간다. 이때 삼색 나물의 삼색은 역시 귀함을 뜻하는 양(陽)의 수인 홀수이다. 김치도 희게 담근 나박김치만을 올리는데 그 이유는 깨끗하고 순수한 음식을 올리는 것이 조상에 대한 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대개 차례 상에 올라가는 음식에는 소금 이외에 많은 양념을 쓰지 않는다. 이는 제사 상차림이 양념이 발달하기 전부터 굳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능한 모든 음식을 자연의 맛에 가깝게 만든다는 의미도 있다.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


세번째 줄에 오르는 전과 적은 술안주다. 생선 중에 장어는 올릴 수 없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장어가 용(龍)을 상징해 왕조를 의미하므로 올릴 수 없었다고 한다. 머리와 꼬리가 분명한 제수를 올릴 때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으로 향하는 두동미서(頭東尾西)를 따른다.

음양오행설(陰陽五行設)에 따라 동쪽은 남쪽과 더불어 양의 방향이다. 동쪽은 해가 솟는 곳으로 소생과 부흥을 뜻하므로 머리를 동쪽에 둔다. 반면 해가 지는 서쪽은 동쪽과 반대되는 암흑과 소멸을 상징하므로 꼬리는 서쪽을 향하도록 한다.




탕은 하늘에서 내린 음식


네번째 놓인 탕은 어탕, 육탕, 계탕 이렇게 3가지 탕을 올렸다. 땅에 뿌리를 박지 않은 고기나 생선은 하늘에서 얻어진(天産) 것이기 때문에 같은 줄에서는 양(陽)수인 홀수로 놓는다.

그리고 탕은 건더기만을 떠서 놓는데 이는 조상들이 잡수시기 편안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생사 구분하는 밥과 국의 위치


다섯번째는 메(밥)와 갱(국)을 신위 수대로 올린다. 제사 때 신위에 바치는 쌀밥을 메라 하고 국은 갱이라고 한다. 메는 특별히 되게 하는데 이것은 쌀의 본래 모습에 가깝도록 하기 위해 되게 만든다. 이 때 메와 갱을 올리는 위치는 우리가 밥과 국을 놓는 위치와 정반대다.

즉 밥이 서쪽, 국이 동쪽이다. 이를 반서갱동(飯西羹東)이라 한다. 이는 산자의 세계와 죽은자의 세계가 다름을 의미한다. 추석과 같은 차례에는 메 대신에 송편을 올리고 설에는 떡국을 올린다.



둥근 달을 표현한 송편


제사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떡이다. 떡은 곡식으로 만든 먹거리 중에서 가장 정결한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떡은 오랜 옛날부터 제사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추석 차례상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송편이다. 추석의 상징적 의미는 둥근 달과 함께 어우러진다.

알알이 여문 알곡과 만월이 주술적인 연상으로 묶이면서 원형(圓形)으로 추상되는 민간신앙을 낳았다. 그 중 하나가 둥근 달과 알곡을 모방한 송편이다. 또 달빛 아래서 여인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추는 강강술래도 알곡과 보름달이 투영된 춤이다.



북망산과 신위


준비한 제기와 제수를 제상의 격식에 맞춰 배열하는 것을 제수 진설(陳設)법이라고 한다. 차례 상차림의 기본 원칙은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좌우를 바꿔 놓고 좌우의 균형을 잡는데 있다.

차례에서는 신위를 상좌인 북쪽에 놓는다. 경우에 따라서 북쪽에 놓을 수 없더라도 신위가 놓인 곳을 북쪽으로 한다. 상례(喪禮)에서 죽음이 확인되면 죽은 이의 머리를 북쪽으로 향하게 한다. 북쪽은 북망산천(北邙山川)이라고 일컫는 죽은 이의 세계를 나타낸다. 이러한 유교식 의례는 한나라의 수도 북쪽에 자리잡은 묘지가 있던 북망산의 지리적 위치에서 유래한다.

또 북쪽이 상좌인 것은 임금이 북쪽에서 남쪽을 바라보며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예로 부터 북쪽은 대궐이 있는 곳으로 인식돼 있었다. 따라서 모든 제사 의식에서는 신주를 모신 사당과 신위를 북쪽에 모시고 제례를 행하는 것이 유교의 일반적 형식이다.




영양학적으로 완벽


이렇게 차려진 차례상은 사실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하다. 고기에 는 단백질이, 국에 쓰이는 다시마와 생선에는 칼슘이 풍부하고, 채소와 과일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들어있다. 또 탄수화물은 밥과 떡으로부터 얻을 수 있고, 지방은 전과 적에서 얻을 수 있다.

차례를 지낸 후 후손들이 먹을 때는 술과 안주를 먹은 다음 밥과 국 반찬류를 먹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송편과 햇과일을 먹게 된다. 주식에서 후식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차례상차림이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하다니 조상들의 지혜에 다시 한번 놀랄 뿐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조상들에 대한 예를 이렇게 거국적으로 올리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중국도 제사를 지내는 집이 있기는 하나 국가적이지는 않다. 그 어떤 나라의 조상들보다 우리의 조상들이 덕이 많은 것인지, 우리가 그 어떤 후손보다 조상의 덕을 많이 입고 사는지, 어떻게 생각하든 모두 다행한 일이다.

시간과 여유가 부족한 현대에 차례는 다하지 못한 효의 연장이요, 한 집안의 작은 종교 의식이다. 친척간에 정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행사이면서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신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차례의 유래와 변천


원시시대 사람들은 자연 현상과 천재 지변의 발생을 경이와 공포의 눈으로 봤으며 인간이 생존할 수 있음을 자연에게 감사했다. 따라서 만물에 신령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 신의 가호로 재앙이 없는 안락한 생활을 기원했는데 이것이 제사의 기원이다.

제사는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일정한 격식을 갖추었는데 이것이 제례다. 중국에서는 이미 요, 순시대에 제사를 지낸 기록이 있다. 특히 동양에서는 조상에 대한 제례가 하, 은시대를 거처 주나라 시절에 확고하게 갖춰졌다.

우리 민족도 아득한 고대부터 하늘을 공경해 제천의식을 거행했다. 농경에 종사하게 된 뒤로는 우순풍조(雨順風調)와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의식이 성행하게 됐다. 예를 들어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 등이 모두 제천의식이었다.

국가의 형태가 완비된 뒤로는 국가적 차원에서 그리고 점점 일반 가정에서도 조상에 대한 제사를 정성껏 받들었다. 이런 제례는 모두 유교의 가르침에 따른 것으로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주자의 ‘가례(家禮)’를 기본으로 삼아 제사를 지냈다.




차(茶)를 올리는 예에서 유래


평소에 쓰는 그릇과 달리 제기에 받침이 있는 것은 조상을 높이 받든다는 의미가 있다.
차례라는 말을 예서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단지 관습적으로 민속명절에 조상에게 올리는 제례를 차례라고 한다. 중국 송나라의 학자 주자의 ‘가례’에 보면 조상의 위패 앞에 찻잔(茶盞)과 술잔을 놓고 주인은 술을 따라 올리고 주부는 차를 따라 올린다고 했다. 그리고 매달 보름에는 술잔을 차리지 않고 찻잔만을 차린다고 했다.

미루어 짐작컨대 중국에서 가장 간단한 제례라고 할 수 있는 보름의 사당참배에는 술을 쓰지 않고 차만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간단한 제례를 ‘차(茶)를 올리는 예(禮)’라는 뜻에서 ‘차례’라고 말했으리라 짐작된다.

조상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있을 때는 정월 초하루, 동지,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예를 드렸고 민속명절에도 그 명절에 먹는 계절특식을 예를 갖추어 받들어 올렸다.

미루어 볼 때 원래의 차례는 설, 동지, 매달 초하루와 보름, 그리고 각종 명절에 지내는 것이었다. 율곡선생은 차례 지내는 날로 정월 대보름, 삼월 삼짇날, 오월 단오, 유월 유두, 칠월 칠석, 추석, 구월 구일, 섣달 등을 예시했다. 따라서 사당이 있을 때는 1년간에 차례를 지내는 횟수가 30여회에 이르렀다.




설, 한식, 추석에 차례 지내는 뜻


사당을 모시는 가정이 없어지면서 차례는 민속명절에만 지내게 됐다. 명절에 지내는 차례도 예전과 달리 설날, 한식, 추석의 세 번만 남아있게 됐다.

사당이 없어졌으니까 차례가 모두 없어졌을 법한데 설날, 한식, 추석의 차례가 그대로 행해지는 데는 상당한 논리적 근거가 있다. 다른 명절과 달리 설날은 새해 인사로 어른께 세배를 드려야 하는데 돌아가신 조상에게 어찌 세배를 드리지 않겠는가라는 효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한식은 언 땅이 녹으며 초목의 생장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겨울 동안 눈사태나 없었는지 언 땅이 녹으면서 산소가 상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한식의 성묘는 효성스런 자손으로서 꼭 해야할 행사이다. 추석은 장마가 지나가고 초목의 생장이 멈추는 계절이다.

장마에 산사태는 안 났는지, 많이 자란 나뭇가지나 뿌리가 산소를 침범하지는 않았는지를 궁금해하면서 벌초도 하고 예를 올려야 하는 날이다.
 
 
.전통민속놀이로 배우는 과학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다양한 놀이문화를 통해 힘든 일에서 벗어나 즐거운 여가시간을 보냈다. 온통 텔레비전과 컴퓨터 모니터에만 빠져 있는 현대인에 비해 옛사람들은 야외와 실내에서, 그리고 절기와 지역마다 서로 다른 놀이를 통해 다양한 즐거움을 누렸다. 설날 무렵에 주로 행해진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를 찾아 그 속에 숨겨진 과학을 찾아보자.



액(厄) 떨치고 복(福) 구하는 연날리기


연날리기는 액을 떨쳐버리고 1년이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연례행사이다
연날리기는 정월 대보름 며칠 전에 큰 성황을 이루지만 대보름이 지나면 날리지 않는 것이 본래의 풍속이었다. 대보름이 되면 ‘액연(厄鳶) 띄운다’고 해서 액을 멀리 보내고 복을 구한다는 의미로 연에 ‘액’자 하나 또는 ‘송액’(送厄), ‘송액영복’(送厄迎福)이라고 쓴다.

이 연을 얼레에 감긴 실을 모두 풀어 멀리 날려보낸다. 요즘은 굳이 대보름이 아니어도 찬바람이 씽씽 부는 겨울날이면 언덕 위에 올라 연을 날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연을 한번이라도 날려본 사람은 알 수 있듯이 연을 하늘에 띄우는 일은 쉽지 않다. 연날리기 속에 숨어있는 과학 원리를 알아야 제대로 연을 띄울 수 있다. 바로 ‘베르누이의 정리’다.

베르누이는 액체나 기체와 같은 유체가 독특한 운동 형태를 보인다는 점을 알아내고 이를 기본법칙으로 정리했다. 간단히 말해 ‘단위 시간당 그리고 단위 면적당 지나가는 유체의 양은 일정하다’ 그리고 ‘유체의 속력이 증가하면 압력은 감소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흐르는 물에 직사각형의 판자를 띄우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물 속에서 판자의 뒤쪽을 약간 올린 채 손을 놓으면 판자는 물 위로 떠오른다.

판자의 윗면과 아랫면은 면적이 동일하다. 그런데 판자의 뒤쪽이 비스듬하게 올라가 있으면 물이 판자의 윗면을 지나가는데 다소 ‘어려움’이 생긴다. 일단 올라갔다가 미끄러져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베르누이의 정리에 따라 동일한 양의 물(유체)이 같은 시간에 윗면과 아랫면을 지나려면 윗면을 흐르는 물의 속력이 빨라져야 한다. 또 속력이 빨라진 탓에 판자의 윗면에서 압력이 줄어든다. 그 결과 판자가 떠오르는 것이다.

연이 뜨는 원리 역시 베르누이의 정리로 설명할 수 있다. 연의 평평한 면을 바람이 부는 방향에 수직으로 세우면 연은 바람을 타고 뒤로 날아간다(그림1).

(그림1)연이 뜨는 원리. 바람이 연의 윗면과 아랫면을 동시에 지날 때 베르누이의 정리에 따라 윗면을 흐르는 바람의 속도가 빨라진다. 이때 윗면 부위의 압력이 아랫면에 비해 떨어져 연이 위로 올라간다.
하지만 연에 연실이 연결돼 있으므로 어느 순간 연실이 팽팽해지고 연의 위쪽이 앞으로 살짝 기울어진다. 이때 마치 물속의 판자가 떠오른 것처럼 연의 윗면과 아랫면의 공기 속도차에 의해 압력의 차이가 발생함으로써 연이 떠오르게 된다. 연이 떠오르려는 힘을 양력,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뒤로 진행하려는 힘을 항력이라 한다.

연실을 풀면 연은 항력에 의해 뒤로 끌려간다. 반대로 줄을 감으면 다시 양력이 발생해 위로 뜬다. 이렇게 감고 푸는 일을 기본으로 다양하게 연을 조종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일명 ‘스턴트 연’(stunt kite)이라고 불리는 스포츠 연이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의 전통 연과 달리 연실이 두개로 구성돼 있어 조종이 훨씬 손쉽다. 게다가 가볍고 튼튼한 탄소 소재의 살대를 사용하는 등 첨단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얼레에 감긴 연실을 풀고 감는데 따라 전통 연이 부리는 묘기에 비해 아무래도 매력이 뒤지는 듯하다.



윷놀이에 숨겨진 확률


윷놀이를 하는 모습
산촌에서 해마다 음력 정월대보름이 되면 아침 일찍부터 높은 지대와 낮은 지대에 사는 사람으로 갈려 윷판이 벌어졌다. 이긴 쪽에 그해 풍년이 든다고 믿었기 때문에 윷놀이의 결과는 마을 사람들의 큰 관심사였다.

기록에 따르면 윷놀이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해오는 한국 고유의 민속놀이로 대개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행해진다. 한 설명에 따르면 윳놀이는 부여족(夫餘族) 시대에 다섯 종류의 가축을 다섯 부락에 나누어주어 그 가축들을 경쟁적으로 번식시키는 일에 비유해서 만들어진 놀이라고 한다. 그래서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에 비유된다.

윷판에서 한번에 움직이는 거리도 이 동물들의 특성에 따라 정했다. 몸 크기의 차이를 보면 개보다 양, 양보다 소, 소보다 말이 더 크다. 돼지는 개보다 몸집이 크지만, 걸음의 속력이 제일 느리기 때문에 ‘도’에 해당한다. 돼지가 한발자국의 거리를 뛰는 사이에 말은 돼지의 다섯배 정도 거리를 가는 셈이다.

한편 윷놀이는 확률의 원리를 배울 수 있는 좋은 학습놀이이기도 하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p)은 ‘어떤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로 정의된다. 그러면 4개의 윷짝을 던졌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총 경우의 수는 (그림3)과 같다.

그러므로 도가 나올 확률은 4/16=1/4, 개는 6/16=3/8, 걸은 4/16=1/4, 윷과 모는 1/16이다. 즉 ‘개·도(걸)·윷(모)’ 순으로 나타난다. 확률로도 개가 가장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면 개가 제일 빨리 달리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확률값은 사실 문제점이 있다. 윷짝 하나의 앞과 뒤가 나타날 확률을 똑같이 1/2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윷짝의 모양은 곡면과 평면으로 구성된다. 그나마 윷짝은 정확한 반원 형태가 아니라 반원을 넘어 아래가 약간 잘려진 불룩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곡면이 나올 확률과 평면이 나올 확률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림2)윷놀이의 확률 ‘윗면과 아랫면이 나올 확률이 동등하다’는 가정 아래에서 나올 경우의 수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허명회 교수는 1995년 논문에서 윷짝의 독특한 모양을 고려해 새로운 확률값을 제시했다. 그는 ‘윷이 바닥에 닿은 순간 어느 면이 나올지 정해지고 더 이상 구르거나 튀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윷짝의 독특한 역학적 운동을 파악했다. 윷 단면인 반원의 무게중심을 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반원의 회전운동을 계산했다.

윷짝이 완전한 반원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했다. 그 결과 평면이 위로 나올 확률과 곡면이 위로 나올 확률의 비율은 6 : 4 정도였다. 평면이 위로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미다. 허교수는 이 값을 토대로 ‘걸-개-윷-도-모’의 순으로 확률이 작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보다 정확한 확률값을 얻으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더 있다. 윷의 실제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 예를 들어 바닥면과의 마찰과 충격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처럼 정확하게 윷의 운동을 계산한다면 과연 돼지가 소보다 느리다는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장작과 밤알 모양의 윷가락


윷은 박달나무나 붉은 통싸리나무로 만드는데 모양에 따라 주로 ‘장작윷(가락윷)’과 ‘밤윷’의 2가지로 구분된다. 중국의 관서·관북 지방에는 ‘콩윷(팥윷)’이라고 해서 검정콩이나 팥알 2개를 쪼개 4개로 만들어 노는 것도 있다.

장작윷은 지름 3cm 정도의 나무를 길이 15cm로 잘라 이를 둘로 쪼개 4개로 만든 것이다. 장작윷은 부녀자들의 경우 주로 안방에서 요나 담요를 깔고 놀며, 남자들은 사랑방이나 마당 또는 큰길가에서 가마니나 멍석을 깔고 높이 1m 정도로 던지면서 즐겼다.

이에 비해 밤윷은 작은 밤알 크기로(길이 1.8cm, 두께 1cm) 만들어졌다. 밤윷은 주로 경상도 지방에서 사용하는데, 통상 간장종지 같은 것에 넣어 손바닥으로 덮어 쥐고 흔든 다음 속에 든 밤윷만 땅바닥에 뿌려 던진다.



얼음판 위의 힘겨루기 팽이치기


팽이는 얼음판 위에서 돌려야 제격이다
팽이치기는 얼음판이나 땅에서 팽이를 채로 쳐서 돌리며 노는 어린이들의 겨울철 전통 민속놀이의 하나다. 팽이라는 말은 18-19세기에 생겼는데, 그 이전에는 ‘핑이’라고 불렀다. 물체가 ‘핑핑 돈다’는 말에서 따온 것이다.

팽이치기는 중국 당나라 때에 성행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언제 우리나라에 유입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최소한 통일신라 시대에 팽이치기가 성행했다고 알려졌다.

옛날 시골에서는 아이들이 나무로 팽이를 직접 깎아 만들어 추운 겨울 강가·연못·논바닥 등의 얼음 위에서 팽이치기를 즐겼다. 팽이채는 길이 50cm 정도 되는 새끼손가락 만한 굵기의 곧은 나무 끝에 명주실로 꼬은 노끈을 매서 만들었다. 노끈의 끝은 팽이를 칠 때 팽이의 몸에 감기면서 세게 돌려주는 목적으로 느슨하게 풀어놓는다.

팽이치기에는 5-10m의 목표 지점을 설정해놓고 팽이채로 정확하게 팽이 허리를 치면서 빨리 돌아오기를 겨루는 놀이, 돌고 있는 팽이를 맞부딪쳐 상대편 팽이를 쓰러뜨리는 팽이싸움놀이, 팽이에 줄을 감은 후 다른 팽이의 머리 위로 찍어내리거나, 팔을 옆으로 비켜서 마치 야구 투수가 던지는 식으로 팽이를 던져 서로 맞부딪치게 하는 팽이찍기, 그리고 팽이 공중회전 놀이 등의 놀이 방법이 있다.

그런데 팽이가 계속해서 돌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일까? 물체가 힘을 받지 않으면, 정지하고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하려 하고 운동하고 있는 물체는 그 운동을 계속하려고 한다. 물체의 이러한 성질을 관성이라고 한다.

일단 돌기 시작한 팽이는 계속 돌려고 하는 관성 때문에 빙글빙글 돌다가 공기저항과 바닥과의 마찰에 의해 멈추고 만다. 그래서 팽이의 표면을 잘 다듬은 것일수록 공기 저항을 덜 받게 돼 오래 돈다. 또 얼음판 위에서 팽이가 더 오래 도는 이유는 얼음과 축의 마찰이 작기 때문이다.

재질도 관련이 있다. 팽이는 흔히 박달나무, 대추나무, 소나무의 관솔 등 무게 있고 굳은 재질로 만드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무겁고 단단한 것일수록 관성력이 더 크므로 오래 돌 수 있다.

팽이의 원리를 좀더 쉽게 느끼려면 자전거 타기를 생각하면 된다. 자전거를 타다가 잠시 페달을 계속 돌리지 않아도 자전거는 어느 정도 계속 나간다. 하지만 자전거 바퀴와 바닥 사이에 작용하는 마찰력에 의해 자전거는 좌우로 흔들리다가 쓰러지고 만다. 만일 우리 주변에 마찰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물체는 끊임없이 움직일 것이다.

팽이는 고려를 거쳐 일본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는 팽이를 고마[高麗]라고 부른다. 이 외에도 팽이는 여러 나라에서 발견되는데, 종류가 나무·대나무·금속·유리 등으로 다양하다.



도형 교과서 칠교놀이


도시 미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대형 건축물의 큰 벽면이나 지하철역 벽면 등에서 벽화나 타일조각 그림을 쉽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하철 5호선 김포 공항역 벽면은 7개의 조각을 가지고 여러가지 모양을 구성해 꾸몄다. 그런데 이 벽면꾸미기는 우리나라 전통놀이인 칠교(7개 조각)를 판 위에 늘어놓아 모양을 만드는 칠교놀이를 응용한 것이다.

칠교(七巧)놀이는 나뭇조각 7개를 이용해 여러가지 재미있는 형태를 만들면서 즐기는 놀이다. 손님이 왔을 때 음식을 준비하거나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에 벌이기도 하므로 ‘유객판’(留客板)이라고도 부르고, 또 지혜를 짜내 여러 형태를 만들기 때문에 ‘지혜판’이라는 별칭도 있다. 설날에 모인 가족끼리, 또는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손님과 함께 지혜를 짜내며 즐길 수 있는 놀이다.

칠교 조각판 7개가 정사각형, 이등변삼각형, 평행사변형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도형에 대한 개념을 배울 수 있으며 창의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최근 학습교재로도 인기가 높다. 게다가 전통적 놀이방법 외에도 다양한 도형 공부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 잊혀진 전통 민속놀이 중에서 최근 들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는 점에서 보기드문 사례다.

수학교사들의 모임인 ‘수학사랑’에서는 칠교판을 이용해 피타고라스 정리와 무리수 개념, 그리고 그 계산법을 익힐 수 있는 놀이방법을 개발했다. 여기서 그 일부를 소개한다.


1. 아래에 주어진 개수만큼의 조각들을 이용하여 가능한 모든 사각형을 만든 후, 그 그림을 그리고 한변의 길이와 넓이를 구하라. 단, 오른쪽 그림의 정사각형에서 가장 짧은 선분의 길이는 1이다. 1조각, 2조각. 3조각, 4조각, 5조각, 7조각

2. 7조각으로 만든 정사각형의 둘레와 내부에 그어진 모든 선분 길이의 합을 구하시오.

3. 6조각의 정사각형이 없는 이유를 생각하여 쓰시오.(Hint : 각각의 조각의 넓이를 구하여라.)


정답
1. 정사각형 중 가장 짧은 선분이 1이므로 ⑤의 넓이는 1이다. ④⑥의 이등변은 정사각형의 한 변과 같으므로 1이다. 그러므로 빗변의 길이는 √2이다. 넓이는 1/2이다. ③의 짧은 변은 1, 긴 변은 √2이다. 넓이는 1. ⑦의 이등변은 ⑥의 빗변이므로 √2, 빗변은 2이다. 넓이는 1이다. ①과②의 이등변은 2이며 빗변은 2√2 이다. 넓이는 2이다.

2. 가장 짧은 변의 길이가 1일 때, 10+9√2

3.예를 들어 가장 짧은 변의 길이가 2일 때, 각 조각의 넓이는
①, ② : 8 ③, ⑤, ⑦ : 4 ④, ⑥ :2
이므로 6조각으로 정사각형을 만들 때, 나올 수 있는 넓이는 전체 넓이 32에서 하나씩 뺀 수, 24, 28, 30이다. 이 때, 한 변의 길이는 2√6, 2√7, √30 인데, 조각들의 변의 길이 2, 2√2, 4√2, 4를 더하여 이 길이를 만들 수 없다. 쪴 6조각으로는 정사각형을 만들 수 없다.

칠교놀이는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는 청나라 시기인 1803년에 처음으로 이 놀이 내용에 대한 책이 출간됐다. 책에는 “주나라(기원전 740-330) 때부터 칠교라는 글자가 있었음을 보아 칠교놀이가 이미 오래 전에 발명된 것”이라고 적혀있다.

한편 유럽으로 건너간 이 놀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돼 비슷한 종류의 많은 놀이를 발생시켰다. 19세기초부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탠그램(Tangram)이란 이름으로 크게 유행했는데, 미국의 추리소설가 에드가 알랜 포는 광적으로 이 놀이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암호연


연은 언제부터 하늘을 날게 됐을까?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200년경 진(秦)나라와 항우의 초(楚)나라를 무너뜨리고 전한(前漢)을 세운 유방의 장수 한신이 적의 성을 공략할 때 연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유는 확실치 않다. 성을 관통하는 굴을 파기 위해 거리를 재는데 이용했다는 설명도 있고, 한신이 직접 연을 타고 올라가 적병에게 투항을 권유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중국에는 연의 재료인 대나무와 비단실이 풍부했기 때문에 일찍부터 연이 등장한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진덕여왕 원년(647년) 비담과 염종이 반란을 일으킬 때 이를 진압하기 위해 김유신 장군이 연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고려 말엽(1374년) 최영 장군이 탐라국을 평정할 때 군사를 연에 매달아 병선(兵船)에서 띄워 절벽 위에 상륙시켰으며, 불덩이를 매단 연을 적의 성안으로 날려보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 조선조에는 세종대왕(1455년) 때 남이 장군이 강화도에서 연을 즐겨 날렸다는 기록과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통신수단으로 색과 문양을 달리한 다양한 암호용 연을 이용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그림2). 특히 영조대왕은 연날리기를 즐겨 구경하고 장려해 1725-76년 무렵에는 우리나라에 연날리기가 널리 보급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통해 연을 전해받은 일본에서는 정월에 부, 행운, 다산 등을 의미하는 학, 용, 물고기, 거북 모양의 연을 날리며,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설날에 어린이들에게 연을 선물한다. 이처럼 동양에서는 연을 군사적·주술적 목적으로 많이 활용했다.

이에 비해 서구에서는 연이 좀더 실용적으로 사용됐다. 15세기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계곡이나 강의 거리를 측정하는데 연을 이용했는데, 이 방법은 1850년대 나이아가라 폭포에 세계 최대의 현수교를 세우는데도 쓰였다. 또 1749년 스코틀랜드의 윌슨은 여러개의 연을 한 줄에 매달아 ‘고도에 따른 온도차’를 측정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연을 이용한 과학 실험으로는 미국 대통령을 지낸 프랭클린의 번개 실험이 가장 유명하다. 프랭클린은 연실에 비단 손수건을 매달고 여기에 열쇠를 장치한 다음 번개가 치는 날 연을 띄워 열쇠에 불꽃이 생기는 것을 관찰했다. 그 결과 대기 중의 전기가 실험실에서 발생시킨 전기와 성질이 같다는 점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서구에서 연을 이용해 하늘을 날려는 시도는 다 빈치로부터 시작됐다. 1903년 11월 7일 코디는 연에 매단 통을 타고 영국해협을 건넜다. 이런 노력이 글라이더를 거쳐 오늘날의 비행기를 탄생시킨 것이다.




연날리기 요령


1. 적당한 바람을 타거나 바람이 없을 때는 뛰면서 연을 살짝 띄운다. 이때 실을 감으면 연은 점점 하늘로 올라간다.

2. 연의 위아래 위치를 바꾸는 방법이 있다. 연실을 감다가 얼레의 머리 방향을 앞으로 내밀어 짧은 시간에 많은 줄을 풀어주면 된다(튀김). 갑자기 줄을 풀면 양력이 순간적으로 사라져 중력에 의해 연의 윗부분이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때 연실을 감으면 연은 아래로 곤두박질한다.

3. 거꾸로 된 연을 바로 세우려면 연실을 천천히 풀어주면 된다. 이때 연의 머리 부위는 서서히 양력을 회복해 다시 위를 향하게 된다.

4. 연실을 간헐적으로 감았다 풀었다 하면 연이 마치 절하듯이 꾸벅거리는데 이것을 ‘절시키기’라고 한다.

5. 연이 기우뚱거리면서 머리가 좌우로 움직일 때 연실을 재빨리 감으면 기울어진 방향으로 양력을 더 받게 된다. 그래서 연 머리가 오른쪽으로 기울 때 연실을 감으면 연이 오른쪽 방향으로 간다. 왼쪽도 마찬가지다.

6. 다른 사람의 연이 공중에 정지해 있을 때 자신의 연실을 그 위에 올려 건다. 이때 실을 빨리 풀어주면 상대편의 연실을 끊을 수 있다.http://tong.nate.com/port888/12586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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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munsim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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