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태어나며 늙고 병들고 죽어야 하는가?
출가 전 석가모니는 수많은 시간을 고민하면서 <생로병사>의 이치를 알고자 노력했지만 끝내 알지 못하고 결국엔 출가의 길을 가게 된다. 출가후, 그는 여러 스승을 모시고 깨달음을 구했지만 어디에서도 그 답을 구하지는 못했다. 이에 스스로 철저한 고행(苦行)을 통해 깨닫겠다는 결심을 한 그는 보리수나무 밑에 앉아서 육 년을 보낸다.
하지만 그런 고행을 통해서도 생로병사의 이치를 깨닫지 못했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그는 수자타의 유미죽을 먹고 마침내 중관(中觀)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그런 뒤 사십구일동안 사유에 들어가서 십이연기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불교의 십이연기법은 단순히 개체적 생명의 발생 과정만을 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 우주의 시발과 더불어서 천지만물이 생겨나게 된 원인에 대해 총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십이연기법은 우주의 생성 이치를 열두 과정으로 나누어서 설명한 것이다.
무명(無明)-행(行)-식(識)-명색(名色)-육입(六入)-촉(觸)-수(受)-애(愛)-취(取)-유(有)-생(生)-사(死)
이것이 바로 십이연기법의 전문(全文)이다. 십이연기의 과정 중 「유(有)-생(生)-사(死)」는 육체를 갖고 있는 생명에게서 일어나는 변화이다. 「촉(觸)-수(受)-애(愛)-취(取)는 영혼의 상태에서 일어나는 생명 현상에 대한 부분이다.
「육입(六入)」은 영(靈)의 상태에서 일어나는 생명활동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다. 「식(識)-명색(名色)」은 최초로 존재화된 생명 즉 천지만물로 세분화되기 이전의 생명에게서 일어난 변화를 설명한 부분이다. 「행(行)」은 최초 생명이 존재성을 갖기 이전에 일어난 에너지적 변화를 설명한 부분이다.
「무명(無明)」은 최초 생명의 시발을 말한다. 이와 같이 십이연기법은 최초 생명의 시발(이것이 우주의 시작임)에서부터 생명이 영(靈)으로 존재하게 된 과정과 혼(魂)을 갖게 되는 과정, 그리고 육체를 갖게 되는 과정과, 생로병사에 이르는 과정을 포괄적으로 다룬 법이다. 때문에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사상보다도 더 심오한 사상체계라 할 수 있다. 수많은 사상이 있고, 그 각각의 사상마다 생명의 발생 과정과 진보의 과정에 대해 말하지만 불교의 십이연기법만큼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우주의 시작과 끝을 드러내지 못했다. 현대의 과학사상은생명현상을 물리적 현상에 국한시켜서 바라볼 뿐 물리적 현상과 생명 현상을 서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최초 생명의 시발을 규명하는 데 있어 한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십이연기법을 이해하게 되면 자기 근본과 생명의 근본을 알게 된다. 생로병사의 원인뿐만이 아니라 스스로가 비롯된 바와 나아갈 바,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방향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얻게 된다. 생명으로서 내가 어떤 존재이며, 생명으로서 그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생명의 근본에 대해 동일한 입장을 취하는 십이연기와 천부경
한편 천부경은 우리 민족에게 대대로 전승되어 온 사상이다. 그 근원이 삼부인에 있다. 그 삼부인중의 하나가 천부인이고, 천부인의 요결을 기록한 것이 곧 천부경이다. 천부경은 인류역사에 있어서 가장 오래된 사상체계이다.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최초한 일만년 이상의 역사가 있다. 그리고 천부경과 십이연기법은 생명의 근본을 규정하는데 있어 동일한 입장을 취한다. 십이연기는 생명의 시발을 ‘무명(無明)’에 두고, 천부경은 ‘무(無)’에 두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우선 천부경의 전문을 살펴보자.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석삼극 무진본(析三極 無盡本),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天一一 地一二 人一三), 일적십거 무궤화삼(一積十鉅 無櫃化三), 천이삼 지이삼 인이삼(天二三 地二三 人二三), 대삼합육 생칠팔구(大三合六 生七八九), 운삼사성 환오(運三四成 環五), 칠일묘연 만왕만래(七一妙衍 萬往萬來), 용변부동본(用變不動本), 본심본(本心本), 태양앙명(太陽昻明),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
천부경은 81자로 이루어진 짧은 경전이다.
하지만 이 속에 최초 생명이 시발되는 과정, 생명이 육체와 의식을 형성해가는 과정, 그리고 생명이 그 존재성을 완성시킬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 생명은 無에서 비롯되었고, 無는 그 생명 속에 있다.
석삼극 무진본(析三極 無盡本) : 삼극으로 나뉘어지지만 근본이 다하지 않도다.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天一一 地一二 人一三) : 하늘생명이 하나요, 땅 생명이 둘이요, 사람생명이 셋이로구나.
일적십거 무궤화삼(一積十鉅 無櫃化三) : 한 생명이 천지만물로 나뉘어지지만 그 고정된 틀이 없도다.
천이삼 지이삼 인이삼(天二三 地二三 人二三) : 하늘생명의 형상이 둘이요, 땅생명의 형상이 둘이요, 사람생명의 형상이 둘이로다.
대삼합육(大三合六) : 큰 생명의 형상이 합쳐져서 여섯 의식을 낳고,
생칠팔구(生七八九) : 7식과 8식과 9식을 생(生)하도다.
운삼사성(運三四成) : 형상이 움직여서 지수화풍(地水火風)을 이루고,
환오(環五) : 생명의 틀이 바뀌면서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이 갖춰지도다.
칠일묘연(七一妙衍) : 일곱의 의식이 한 경계로 비롯되니(일곱 생명이 한 생명에서 비롯되니) 묘한 일이로다.
만왕만래(萬往萬來) : 만 번 오고 만 번 가더라도,
용변부동본(用變不動本) : 그 작용은 근본을 저버리지 않는 구나.
본심본(本心本) : 근본으로 돌아가고자 하면 본심을 잃지 말라.
태양앙명(太陽昻明) : 태양 같은 광휘로서 빛의 몸을 이룰지니,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 : 사람 중에 천지가 한 생명을 이루었도다.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 : 생명의 완성은 무로 돌아감이니, 무 또한 생명 속에 있도다.
> 서로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십이연기법과 천부경
십이연기법(十二緣起法)과 천부경(天符經)은 묘하게도 상호보완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생명의 근본을 말하는 대목에 있어서도 그러하고, 생명의 형성 과정을 놓고서도 그러하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십이여기는 ‘행(行)’에서 에너지의 변화로 인해 생명이 존재적 틀(識)을 갖게 되는 과정을 밝히고 있다. 천부경은 ‘석삼극(析三極)’에서 에너지의 변화가 삼극(三極)으로 일어났음을 말하고 있다.
십이연기는 명색(名色)의 과정에서 생명을 이루는 틀이 영으로 세분화되는 것을 밝히고 있다. 천부경은 ‘일적십거 무궤화삼((一積十鉅 無櫃化三)’에서 한 생명이 천지만물로 나뉘어질 때 그 고정된 틀이 없음을 말하고 있다.
십이연기는 ‘육입(六入)’의 과정에서 개체화된 존재가 또 다른 존재와 교류를 행하게 된 것을 말하고 있다. 천부경은 ‘대삼합육(大三合六)’에서 생명이 여섯가지 의식을 갖게 된 원인을 밝히고 있다.
십이연기법은 ‘촉(觸)-수(受)-애(愛)-취(取)’의 과정에서 영으로 존재하던 생명이 혼을 갖게 된 과정과 혼을 갖고 난 이후의 삶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천부경은 ‘생칠팔구(生七八九)’에서 생명이 혼으로서 칠식(七識)과, 본성으로서 팔식(八識), 그리고 본원과의 합일을 이룰수 있는 구식(九識)의 증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십이연기법은 ‘유(有)- 생로병사(生老病死)’에서 생명이 육체를 갖게 됨으로써 생로병사의 고통이 시작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천부경은 ‘운삼사성 환오 칠일묘연(運三四成 環五 七一妙衍)’에서 생명의 정신을 이루는 ‘오온(五蘊)’과, 육신을 이루는 사대(四大) 그리고 한 경계를 통해 일곱의식이 쓰여지는 이치를 밝히고 있다.
십이연기법에서는 모든 연기의 과정에 ‘무(無)'함으로써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천부경에서는 만왕만래 용변부동본(萬往萬來 用變不動本)에서 모든 생명작용의 바탕에는 항상 그 본성이 함께 하고 있음을 말하고, ‘태양앙명 인중천지일(太陽昻明 人中天地一)’에서 빛의 몸을 이루어서 인간과 천지가 하나의 생명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십이연기법과 천부경은 그 내용 속에 서로 부족한 것을 메꾸어 줄수 있는 상호보완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때문에 필자는 이 두 가지 사상이 서로 다른 사상이 아니고 같은 사상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무자년 원단 연화사에서 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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