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孔(공)

화엄행 2009. 10. 20. 21:00

孔(공) ; 아이가 젖을 빨다

금문(金文)에 처음 보이는 공(孔)은 왼쪽에 아이를 뜻하는 자(子), 오른쪽에 유두(乳頭)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는 '<'와 같은 부호가 그려진 회의(會意)에 속하는 글자이다.

즉 공(孔)의 어원은 아이가 엄마의 젖을 물고 있는 모습이다.

소전(小篆)에 이르러 유두가 아이와 분리되어 마치 을(乙)과 같이 변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

설문해자(說文解字)는 소전(小篆)의 형태에 착안하여 아이(子)와 새(乙)의 결합으로 인식하였다.

아이와 새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

설문해자에 따르면 새는 아이를 청하는 철새이며 새가 이르자 아들을 얻었으니 이를 아름답게 여겼다[乙, 請子之候鳥也, 乙至而得子, 嘉美之也]라고 했는데, 혹 시경(詩經)의 현조(玄鳥)편과 사기(史記) 은기(殷紀)에 나오는 간적(簡狄)이 제비의 알을 삼키고 상(商)을 잉태하였다는 전설을 연상한 것은 아닐까?

아이가 엄마의 젖을 빨면 젖은 유혈(乳穴)을 통하여 흘러나오므로 '구멍'이라는 의미가 파생되어 공동(孔洞), 공혈(孔穴), 침공(針孔) 등에서처럼 쓰인다.

고대 동전(銅錢)은 바깥이 둥글고 가운데에 네모난 구멍(方孔)이 있어 동전(銅錢)을 가리켜 공방(孔方) 또는 공방형(孔方兄)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공(孔)에 '아름답다'는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젖이 감미(甘美)롭다에서 비롯된 것이고, 젖은 아이를 먹여 키우므로 '크다'라는 의미가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큰 길을 공도(孔道), 큰 덕을 공덕(孔德)이라 한다.

꿩과에 속하는 공작(孔雀)은 날개가 참새보다 크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름답기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한비자(韓非子)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을 다스릴 줄 아는 자는 생각함이 고요하고 하늘을 섬길 줄 아는 사람은 그 마음이 비어있다[知治人者, 其思慮靜; 知事天者, 其孔竅虛].

구멍이 뚫려 있어야 제구실을 하듯 마음을 비워 두어야 백성도 하늘처럼 들어온다.

 

 

김영기.동서대 중국어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