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可(가)

화엄행 2009. 10. 20. 20:59

可(가) ;  허가하다

갑골문(甲骨文)에 보이는 가(可)는 발성(發聲)을 뜻하는 구(口)와 손바닥과 손목의 형상인 정(丁)과 같은 부호가 결합된 회의(會意)에 속하는 글자이다.

금문(金文)과 소전(小篆)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위 두 요소의 회의(會意)는 사냥을 할 때처럼 원래 소리를 내어서는 안 되지만 부득이한 경우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기침을 하거나 낮은 소리로 말을 주고받는 것은 해도 된다는 것을 나타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가(可)의 본래 의미는 '허가(許可)하다'이다.

사기(史記) 이사열전(李斯列傳)에서 '호해는 그가 글을 쓰는 것을 허가하였다[胡亥可其書]'라고 하였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옳게 여기다[可, 肯也]'라고 하였는데 이는 본의가 아닌 파생의미로 보인다.

허가하다로부터 '해도 좋다' '괜찮다'라는 가이(可以)라는 의미, '할 수 있다'라는 가능(可能)의 의미가 파생되어 주로 조동사로 쓰인다.

또 '할 만하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의미로 가애(可愛) 가련(可憐) 가증(可憎) 가석(可惜) 가관(可觀) 등에서처럼 쓰인다.

논어(論語)에서 '비록 작은 기술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보아줄 만한 곳이 있다[雖小道, 必有可觀者焉]'라고 하였다.

이 밖에 부사로 어의(語意)의 전환을 나타내는 '다만' '오히려'라는 의미로 쓰인다.

이백(李白)의 시(詩) 상봉(相逢)에서 '서로 만나 정이 이미 깊었거늘 말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을 알 수 있다네[相見情已深, 未語可知心]'라고 하였다.

공자(孔子)는 논어(論語)에서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없지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없다[無可無不可]'라고 하였다.

요즘 정치에 중도라는 말이 유행이다.

해도 안 되는 줄 알지만 그래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知不可而爲之] 공자의 충정을 어찌 알겠는가?

 

 

김영기. 동서대 중국어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