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序
예전에 불교를 배우는 이들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면 말하지 아니하고, 부 처님의 행실이 아니면 행하지 않았었다. 그러므로 보배로 여기는 것은 오직 불경 의 거룩한 글뿐이었다.그러나 오늘날 불교를 배우는 이들은 전해 가면서 외는 것 이 사대부의 글이요, 빌어지니는 것이 사대부의 시뿐이었다. 그것은 울긋불긋한 종이에 쓰고 고운 비단으로 꾸며서 아무리 많아도 족한 줄을 알지 못하고 가장 큰 보배로 생각하니, 아! 예와 지금에 불법을 배우는 이들의 보배 삼는 것이 어찌 이 다지도 다른가? 내가 비록 불초하나 옛 글에 뜻을 두어 경 가운데 신령한 글로써 보배를 삼거니 와, 그러나 그 글이 오히려 번다하고 장경의 바다가 아득히 광대하여 훗날의 도반 들이 가지를 헤쳐 가면서 잎을 따는 수고로움을 면치 못할까 염려하여, 글 가운데 가장 요긴하고도 절실한 것 수백마디를 간추려서 한 장에 적나니, 가히 글은 간략 하나 뜻은 두루 깊다할 만하다. 만일 이 말씀으로써 스승을 삼아 갈고 닦아 묘한 이치를 얻으면 자자 구구에 석가 세존이 나타나실 것이니, 부디 힘쓸지어다. 그렇 더라도 글자를 여읜 한 글귀와 격 밖의 기묘한 보배를 쓰지 않으려는 것도 아니거 니와, 또한 장차 특별한 기틀을 기다리고자 한다. 嘉靖 甲子(1564) 夏 虛堂 白華道人 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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