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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반면교사(反面敎師)와 천고마비(天高馬肥)

화엄행 2010. 10. 25. 03:27

반면교사(反面敎師)와 천고마비(天高馬肥)

 

 

반면교사(反面敎師)는

현대에 만들어진 사자성어(四字成語)이고,

천고마비(天高馬肥)는

오랜 세월을 겪은 고사성어(故事成語)이다.

 

어쩌면 우리들이 이 말들의 어원을

확실히 알고 있지 않아서 그 뜻을 왜곡시키거나

어른들로부터 잘못 전해져 한때 이 말들이 이상하게 사용되어진

경우가 많았기에 새삼 그 어원을 짚어 보려고 한다.

 

반면교사(反面敎師)

거꾸로 반(反), 얼굴 면(面), 가르칠 교(敎), 스승 사(師)

 

반면교사는 사전적인 의미에서만 본다면

“극히 나쁜 면만을 가르쳐 주는 선생”이라고 해석되면서

다른 사람이나 다른 사물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가르침을 얻는다고 해석한다.

흔히 이와 유사하게 사용되는 성어가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하지만 타산지석과는 엄연히 구분하여 사용해야 하는 것은

그 의미의 보다 세밀함에 있는 것이다.

 

즉, 타산지석(他山之石)은 본인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도

객관적으로 차용하여 참고한다는 의미가 있어 광범위하긴 하지만,

반면교사는 어떤 일을 적시하여 아주 구체적으로 가리킨다는 것이

두 성어(成語)의 확실한 차이점이라고 하겠다.

 

사용 빈도에 비해 반면교사의 어원은 의외로 아주 가까운 시대이다.

공식적으로는 1966년부터 1976년까지라고 인정되는 “중국 문화혁명”때

만들어 진 말인데, 마오쩌둥(모택동毛澤東)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오쩌둥은 부정적인 것을 보고 긍정적으로 개선할 때,

그 부정적인 것을 '반면교사(反面敎師)'라고 하였다.

즉, 이는 혁명에 위협은 되지만 그러한 반면 사람들에게 교훈이 되는

집단이나 개인을 일컫는 말이었다. 흔히 말하는 제국주의자,

반동파, 수정주의자를 이르는 말인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아주 많이 사용하던 천고마비(天高馬肥)를 보자.

 

천고마비(天高馬肥)

하늘 천(天), 높을 고(高), 말 마(馬), 살찔 비(肥).

 

천고마비(天高馬肥)란 말은 본래 중국인이

흉노족(匈奴族)의 침입을 경계하고자 나온 말이다.

은(殷)나라 초기에 중국 북방에서 일어났다고 보는 흉노는

중국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이 기존의 성벽을 수축(修築)하고

증축 연결(增築連結)하여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완성하게도 하였다.

 

봄부터 여름까지 풀을 먹인 말은 가을에는 토실토실하게 살이 찌기 마련.

 

북방의 초원에서 방목과 수렵으로 살아가면서 초원이 얼어붙는 긴 겨울을

살아야 할 양식이 필요했던 흉노는 겨울이 되면 그들은 식량을 찾아

살찐 말을 타고 중국 변방을 쳐들어 와 곡식이며 가축을 노략질해 갔다.

그래서 북방 변경의 중국인들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天高馬肥]'

가을만 되면 언제 흉노가 쳐들어올지 몰라 전전긍긍(戰戰兢兢)했다고 한다.

 

이 성어의 어원은

그 유명한 두보(杜甫)의 조부 두심언(杜審言)에서 비롯된다.

흉노족을 막기 위해 변방으로 떠나는 친구 소미도(蘇味道)에게

오언율시(五言律詩)의 한편의 시를 적어 위로했다는 것이다.

 

"맑은 눈발이 아름답게 별 떨어지듯 하고,

가을 하늘은 드높고 변방의 말은 살이 찌네.

(雪淨妖星落, 秋高塞馬肥.)"

 

따라서 원말은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이고

줄여서 ‘추고마비(秋高馬肥)’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한때는 학교 운동회나 어떤 모임에서 축사나 연설등을 할 때

참 많이도 쓰인 말이다. 아마 이런 말들을 다들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여러분들은 독서를 많이 하여 지식을 고양하고...운운”

하지만 인터넷이 점차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그 어원이

널리 알려지게 되어 점차로 사용을 자제하게 되었다.

 

일부에서 제기하여 공론화한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이 기사화되면서 부터라고 생각된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오면 전쟁이 나니까 경계하자는 뜻인데 이게 독서하고

무슨 관계가 있으며, 좋은 뜻이 아닌걸. 왜 축사(祝辭)로 사용하는가?”

 

이제는 이 고사성어를 축사 등에 사용하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저 높고 파랗게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가을하늘을 보고도

그냥 가기는 너무 섭섭하지 아니한가?

 

여기 문심조룡(文心彫龍)의 물색제사십륙(物色第四十六)에

나오는 천고기청(天高氣淸)을 소개해 본다.

흔히 천고마비의 사전적 의미를 찾다보면 유사어로 등장하는데

“하늘은 높고 기운은 맑다.”는 직설적인 표현이고 출전에서 보면

 

天高氣清(천고기청) : 하늘 높고 공기가 맑아지면

陰沈之志遠(음침지지원) : 음울한 생각이 깊어만 가고

 

이렇게 표현하여 누구라도 가을을 탄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歲有其物(세유기물) : 계절 따라 각 각의 풍물이 있고

物有其容(물유기용) : 풍물 따라 또 갖가지 모습이 드러난다.

情以物遷(정이물천) : 그렇게 감정도 풍물 따라 변해가고

辭以情發(사이정발) : 언어는 감정의 흐름에 따라 표현된다.

一葉且或迎意(일엽차혹영의) : 하나의 낙엽도 마음속에 암시를 주고

蟲聲有足引心(충성유족인심) : 벌레 소리도 마음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況清風與明月同夜(황청풍여명월동야) : 하물며 청풍과 명월이 같이 있는 밤

 

운운하였으니, 가을은 시인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앞으로는

천고마비(天高馬肥)보다는

천고기청(天高氣清)을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무소가(無所家).

 

출처 : 무슨 소원을 가지고 계시나요?
글쓴이 : 무소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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