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의 향기 ♣>/♧ 지혜의 향기 ♧

늘 불안한 일상…결국 마음자리가 중요

화엄행 2009. 4. 3. 00:33

늘 불안한 일상…결국 마음자리가 중요
[연재/불교란 무엇인가] 석가모니불 외치는 삶

얼마 전 88고속도로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 일행이 탄 차에서 하나 건너 앞선 차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좌우로 흔들리는 폼이 졸음 운전하는 것 같다 생각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느닷없이 중앙선을 침범하여 상대편에서 마주 오던 차와 충돌하고 말았다. 미처 손을 쓸 여지도 없었다.

중앙선을 넘어간 졸음운전 차량은 제법 묵직한 차라서 운전자가 오히려 덜 다쳤으나, 마주 오던 소형차량에 탑승했던 사람들은 제법 많이 다친 듯 보였다. 게다가 조수석에 있던 사람은 안전벨트조차 매지 않은 듯 앞 유리창이 깨어지다시피 할 정도로 머리를 부딪친 흔적이 보였다.

다행이 차량들이 속도를 내지 않아 두 차량만 충돌하고 말았지,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운전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단지 황색실선하나를 경계로 해서 서로 마주 보고 씽씽 달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내가 아무리 조심해서 운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에서 부주의나 졸음운전 등으로 차선을 넘어오게 되면 그대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러니 목숨을 남의 손에 맡기고 살아가는 세상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저 넘어 와주지 않는 맞은편 차량들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

평상시에는 이런 생각조차 없이 살아가지만 마음이 몹시도 불안했던 한 때에는 참으로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앉으면 땅이 꺼질까, 서면 천장이 무너질까, 기우(杞憂)에 시달리던 때였으니, 마주보고 달리는 차량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었던 것이다.

당시 불안하기 짝이 없는 심정으로 방황하다 도달한 곳이 영주 부석사였다. 며칠이 지나고 마침내 떠나기 전날 밤 철야기도하기로 마음먹고 저녁예불 후에 혼자 남아 정근을 하였다. 당시 겨울 한가한 철인지라 사람도 별로 없고, 무량수전은 국보라서 전깃불조차 없이 달랑 촛불 두 자루만 켜져 있었다. 커다란 법당에서 혼자 밤늦게 기도하고 있자니 뒤에서 무언가 잡아당기는 것 같기도 하고 무서운 생각도 들었지만, ‘기도하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겠지’하는 심정으로 마음을 다잡아 힘껏 ‘석가모니불’을 외쳐댔다. 당시는 불교에 관한 지식도 일천한지라 무량수전이 아미타불을 모신 전각인지 어떤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목청껏 외쳐대자 아랫배로부터 든든한 기운이 올라오면서 정근하는 목탁이 쩍쩍 달라붙는 느낌이 왔으며 염불이 저절로 나왔다.

‘샤카무니불 샤카무니불 샤카무니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토록 극심하던 불안감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겨났다고 하는 점이다. 또 한 번은 기차를 타고 산간지방을 달린 적이 있었다. 길은 구불구불하고 저 아래쪽으로는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보이는 위험한 곳인데도 불구하고 기차는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결국 급커브구간에 이르러 기차는 궤도를 이탈해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제는 죽었구나 생각되는 순간 그저 ‘나무석가모니불!’하고 염을 하였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몸뚱이가 기차에서 벗어나 허공가운데 둥둥 떠서 안전한 곳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가부좌를 튼 자세였는데, 아래로는 연화좌대가 놓여 있었으며 마음이 그리 편할 수가 없었다. 깨보니 한바탕 꿈이었다.

비록 꿈이었지만 참으로 생생한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실제상에서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그저 한 생각 돌이켜서 ‘나무석가모니불!’하면 되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다. 꿈에서건 현실에서건 결국 이 마음자리하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죽는다는 것은 몸이 죽는 것이지 마음이 죽는 것이 아니다. 

쌍계사 승가대학 강사

[불교신문 2257호/ 8월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