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게실 ♣>/休 息

栢 鳥

화엄행 2010. 12. 27. 20:30

 

 

 

 

 

栢 鳥


雪巖堂 秋鵬禪師

(朝鮮 1651~1706)

 

有鳥唯鳥栢子鳥

새야 새야 잣새야,

飛來飛去啄于栢.

이리 저리 날며 잣을 쪼네.

擡頭一啄又一啄

머리 들어 한번 쪼고 또 쪼며,

啄又啄兮栢子落.

쪼고 쪼니 잣알 떨어지네.

栢子落於古岩前

잣알 오랜 바위 앞에 떨어지니,

僧隨落處爭奪却.

스님이 떨어진 곳따라 뺏아가버려.

鳥自悲鳴僧自樂

새 슬피 우나 스님은 저절로 즐기니,

誰知鳥之情懷惡.

그 누가 새 마음 불쾌해짐 알까?

誰云僧老足慈悲

그 누가 늙은 스님 자비롭다 하리?

僧虐甚於秦皇虐.

스님의 포학은 진시황의 학정보다 심해라.

人間何啻物如斯

세상에 물정이 어찌 이같을 뿐이리요,

世人姦態皆相若.

세상 사람들 간악하기 모두가 비슷해라.

成湯至德及於禽

탕임금님 지극한 덕 금수에도 미쳤거늘,

千古恨無守之約.

천고토록 지키지 않는 약속 한스러워라.

我觀此鳥感於中

내 이 새를 보고 느끼나니,

九曲肝腸如刀斫.

굽이굽이 속마음 칼로 에는 듯해라.

栢鳥栢鳥不復啄

잣새야 잣새야 다신 쪼지 말거라,

啄落雖多無爾食.

쪼아 떨어져 많더라도 네 먹인 않되거든.

從食遮莫柏子香

먹이 찾되 잣 향긴 내버려 두고,

願隨白雲遊寥廓.

흰 구름 따라서 허공을 날거라.

 

탐스럽게 열린 잣을 분주히 날며

먹이거리로 쪼아대는 새의 수고로움을

잣나무 밑에서 불로소득으로 쉽게 잣을 취하는 스님.

새와 스님의 이 이중 구도를

약자의 고달픔과 간악한 착취자의 구도에 비유하고 있다.

그러하니 잣 향기에만 집착하여 애쓰지 말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라고 조언하고 있다.


세상살이의 억울함과 어려움은

보다 폭넓은 마음과 안목의 진취적 기상으로

타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살이는 달라진 것이 없는

堪忍세상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