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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재, 왜 ‘보편적 脫喪의례’ 됐나

화엄행 2010. 5. 6. 20:41

49재, 왜 ‘보편적 脫喪의례’ 됐나

구미래박사 현장연구 분석   기사 게재 일자 : 2010-02-11 14:36

 

불교 신자들을 위한 제례로 알려진 49재가 불교 신자뿐 아니라 종교와 무관하게 점진적으로 현대인이 상(喪)에서 벗어나는 탈상 의례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혀낸 현장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구미래(성보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실장·불교민속학) 박사는 최근 출간한 ‘한국인의 죽음과 사십구재’(민속원 펴냄)에서 49재가 기존 유교식의 100일 탈상이나 소상(小祥), 대상(大祥)을 대체하는 민간 상례로 자리 잡았음을 현장 연구를 통해 분석했다.

구 박사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조계종 총본산인 조계사와 태고종 총본산인 봉원사 등 서울·경기지역의 크고 작은 사찰에서 진행된 12개의 49재를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49재는 불교 신자는 물론이고 종교가 없는 사람이나 무교(巫敎), 심지어 개신교, 천주교 신자에게도 죽음을 둘러싸고 본연적으로 존재하는 관념적 요구를 적절히 충족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을 당한 유족들에게 49재는 종교 의례이기 이전에 탈상 의례로 수용되고 있으며 망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산 자들의 슬픔을 해소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특히 전통 3년상인 대상은 사라진 지 오래라 하더라도, 1년상인 소상과 100일 탈상은 부담스럽고 3일 탈상·삼우제 탈상은 아쉬운 이들에게 49재는 기간의 측면에서 적합성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다 가정에서 행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탈상의례를 사찰에 의뢰하여 치른다는 간편성도 현대인이 49재를 선택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 사례가 된 49재의 망자는 불교 신자가 절반이나 됐으나 나머지는 종교 없음, 천주교, 개신교, 무교(巫敎) 등으로 다양했으며, 유족들의 종교 성향도 비슷했다. 조사에 따르면 종교 없음이나 개신교, 천주교 신자들이 49재를 치를 경우 젊어서 암이나 교통사고, 자살 등으로 비정상적인 죽음을 맞이한 경우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구 박사는 “49재를 선택할 때 망자가 노인으로 정상적인 죽음을 맞이했을 때는 종교적 요인이 주요 변수가 됐으나 불교와 무관한 이들에게는 죽음의 유형이 주요 변수가 됐다”고 말했다.

한이 많은 죽음인 만큼 애틋함이 크고, 따라서 49재를 지내는 행위에는 망자의 한과 산 자의 미련을 풀어보려는 의미가 동시에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연구 대상 사찰은 각각 조계종과 태고종, 보문종의 조계사, 봉원사, 보문사, 삼천사 등 대규모 사찰 4곳과 중규모 사찰 4곳, 소규모 사찰 4곳이었다. 현장 조사 당시 이들 사찰의 연간 49재 실시 횟수는 봉원사가 400개 내외로 가장 많았고, 조계사 150개, 보문사 120개, 삼천사 100개 내외였으며 중소규모 사찰은 10~60개 사이였다.

49재는 인도의 중유(中有)사상, 즉 사람이 죽은 뒤 다음 생을 받기까지 중유에 머무는 기간이 최대 49일이라고 규정한 것에 근거를 둔 것으로 유교적인 효와 조상 숭배, 무속의 요소 등이 깃들여져 다양하게 전승돼왔다. 그러나 일제에 와서 영산재(야외에 부처를 그린 그림을 걸어놓고 영산작법에 따라 대규모로 진행되는 49재)의 범패와 작법이 금지되고, 1950년대 불교정화 이후 한국 불교의 후진성을 기복불교, 의식불교적 요소에서 찾으면서 전통사찰의 49재가 위축됐다.

구 박사는 “49재는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망자를 보다 좋은 내세로 보내고 효를 실천하기 위한 의례 욕구를 적절하게 충족시켜주고 있었다”며 “한국 상례의 국면 전환과 더불어 49재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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