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보살
휴일 아침 나절에 동물농장을 보다가 또 한 생명으로부터 진한 감동을 받았다.
‘토보살’
경남 밀양 표충사 절에 있는 이 토끼는 예불 시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법당에서 뚫어져라 부처님만을 응시하고
또 방석 위에서 스님들과 함께 불심 가득한 눈 빛으로 예불을 올린다.
예불이 끝나면 법화가 그려져 있는 그림에 멈춰 서서 한참이나
그렇게 쳐다보다가 슬그머니 법당을 나선다.
그 그림은 토끼를 태운 거북이가 용궁으로 향하는 그림.
또 한 낮에는 매일같이 사리탑 앞에 앉아 3시간을 꿈쩍도 않고 맑은 눈으로 명상을 한다.
사람들이 말을 걸고 일부러 장난을 걸어와도 미동도 하지 않고 그렇게 앉아 삼매에 든다.
오후 예불시간, 절에서 큰 종이 울리면 토보살은 그 종소리에 따라 같이 전율한다.
마치 사람처럼 아니 사람 보다도 더 맑은 눈을 가진 토보살.
하지만 밤이면 토보살은 또 다른 모습이 된다.
마치 야생의 포식자처럼 번쩍이는 두 눈.
절 마당 한 가운데 앉아 밤을 지새는 토 보살은
그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무림의 고수가 되어 있다.
다가오는 어떤 생명에게도 지지 않는 기운과 매서움을 가졌다.
살그머니 다가서는 산고양이들도 그 기운에 눌려 뒤꽁무니를 뺀다.
3년전 토보살의 아내가 산고양이의 습격을 받고 죽은 후부터
토보살은 한동안 시름하다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토보살이 법당의 토끼 그림을 보는 연유도 그 아픈 인연 때문이라는 것이 스님의 설명이다.
벌써 2년 동안이나 그렇게 절에서 사람보다도 더 불심 깊은 불공을 드리고 있다.
스님이 마치 불가에 입문한 스님에게 계를 주듯
깊은 인연에 대한 정표로 염주 목걸이를 토보살에게 걸어 준다.
“지나 간 것은 지나간 대로 내 버려 두고 행복하게 사시요. 그리고 축생의 몸 꼭 벗으시요.”
그렇게 스님은 토끼에게 축원의 말을 건넨다.
그런데
스님의 품에서 내려온 토끼가 스님께 진짜 절을 꾸벅하고 돌아선다.
토끼 한 마리가
생명다운 삶이 무엇인지
진정한 믿음이 무엇인지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지
묵언으로 설법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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